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극심한 경쟁을 거부한 자들의 텅 비게 차가워서 더 뜨거운 어떤,
 
시간의 도돌이표같은 걸음의 기록

- 인디락 밴드 ‘비아’의 첫 EP “VIA first EP”(2011,안개주의 협동조합 / 다다뮤직) 발매

2003년에 결성된 5인조 인디락 밴드 비아는 공연 때마다 스스로를 ‘비아…그라지요?’라고 소개한다. 때로는 한자로 된 정식 명칭 ‘非我(아닌 나)’라고 소개할 법 하지만, 끝내 우스개소리 속에 스스로를 묻어버리는 밴드 ‘비아’. LP판 같은 잡음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니, 그들의 그런 태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.


강렬한 후렴부가 인상적인 첫 곡 ‘바람이 불면’은 흥겨운 베이스 연주와 드럼 비트에도 불구하고 묘하게도 불편한 구석이 있다. 신나는 연주에 비해 가사가 상당히 차갑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, 춤을 추고 싶어도 움찔하게 된달까? 두 번째 곡인 ‘느낌’은 이성복 시인의 시 「느낌」(『그 여름의 끝), 문학과 지성,1990)을 음악적으로 해석한 곡으로서, 음악적 단층을 쌓는 것만으로 곡을 이어나간다. 느낌은 알고 있지만 지칭할 수 없거나, 지칭할 수 있지만 알 수는 없는 것이기 일쑤여서 어쩌면 너무나 음악적인 단어일지도 모르는데, ‘힘주어 적은 작은 기억들’이 지우개 가루처럼 흘러내려서 음악을 듣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때쯤, 이성복 시인이 이 노래를 들어 볼 지도 모르겠다. 이어 1집에 수록될 예정인 감각적인 곡 ‘어딘가의 반대편의 달’을 지나 상당히 하드한 곡 ‘불을 마시다’에 이르자 그들은 이렇게 선언한다.


나의 차가움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불을 마시자. 차갑기보다 바보가 되는 것이 더 나으므로’


밴드 비아(VIA)가 그들의 음악을 통해(via) 말하고자 한 것이 이것이었나? 아니, 어쩌면 아무 것도 말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. 그들의 음악은 무엇인가를 강요하지 않는다. 그래서 한 번 듣고 그냥 흘려버려도 무방할지도 모르겠다. 그래서 다음 곡은 ‘괜찮나요’. 이 곡은 사랑의 상실을 위로하는 노래인 듯 하기도 하고, 거창한 인류애(?)를 소심한 듯 표현한 곡인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. 괜찮던가, 괜찮지 않던가 둘 중 하나일 뿐, 중간은 없다. 능력은 최고여야 하지만, 삶은 중간이어야만 하는 이 시대에, 그들은 그저 묻고 있을 뿐이다. 다만 해일같은 이 곡의 마무리가 전설적인 그룹 ‘Prince’의 명곡 ‘Purple Rain’에 대한 오마쥬같이 느껴졌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겠다.


마지막 곡 ‘장마’에 이르면 이제 이들의 밴드명은 ‘非我(아닌 나)’와 ‘悲我(슬픈 나)’의 행간 사이를 교차한다. ‘침묵의 물웅덩이에서 잠시 날 생각해 줘’라는 이 곡의 가사는 당신이 나를 생각해 주지 않아서 (눈물같은)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, 소외되어 메마르고 가난해진 이 시대의 모든 ‘나’를 위해 비를 내리라는 비에 대한 소환명령이다. 그리하여 이들은 목청껏 노래한다. ‘내 온몸으로 (나를 그리고/혹은) 너를 만나고 싶’다고.

그래서 앨범을 다 듣고 나면, 음악에 대한 이들의 ‘느낌’을 조금은 알 것 같다. 마지막 곡 ‘장마’에서 첫 곡 ‘바람이 불면’으로 반복재생되는 순간 이들은 뜨거웠다가 다시 차가워진다. 마치 끝나지 않을 도돌이표를 이 작은 악보(앨범)에 붙여 놓은 것 처럼, 앨범을 다 들었어도 그에 대한 ‘느낌’은 여전히 ‘알 것 같다’는 미래형 불확정사로 남는다. 그래서인가? 밴드 소개를 명확하게 하지 않는 이유가. 감정의 선택을 강요하는 음악적 형식을 갖추고도 실제로는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는 그들의 태도는 비겁한 동시에, 정확히 그 지점에서 매력적이다.


밴드가 꾸려진 지 7년이 넘는 시간동안 앨범을 내는 것에는 흥미가 없었다는 이들의 첫 EP, 강승희 프로듀서(엔지니어, Sonic Korea)의 ‘편곡 잊어버리기 전에 녹음이나 해 둬’라는 농담같은 말 한마디에서 탄생되었다고 한다. 대수롭지 않게 ‘그러지 뭐’라면서 시작한 녹음이 1년이 훨씬 지나 EP로 나왔으니, 이들의 이번 앨범은 말 그대로 ‘우연의 산물’이리라. 그러나 이미 수십 곡을 쓸만 한 악상들이 연습 도중 나타났다가 밴드원들의 게으름으로 인해 그냥 사라져 버렸다니, 이들의 이번 앨범은 그런 점에서 잊지/잊혀지지 않으려는 한걸음 한걸음의 ‘필연적 기록’일지도 모르겠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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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letdown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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